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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전시] 정경미 개인전 "흘려보내는 사람 영원의 돌림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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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1-10-05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 : 3064 | |
흘려보내는 자:영원의 돌림노래,상흔,75x53cm ,pigment print on fineart paper, 2021
흘려보내는 자:영원의 돌림노래,I hear you! 헤이그,75x53cm ,pigment print on fineart paper, 2021
흘려보내는 자:영원의 돌림노래,감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라,75x53cm, pigment print on fineart paper, 2021
영원의 돌림노래, 코로나 없어져
흘려보내는 자-합창,75x53cm,2021
흘려보내는 자:영원의 돌림노래, 생명수, monotype, drawing on arches, 75x53cm, 2019
흘려보내는 자:영원의 돌림노래,애통,75x53cm,pigment print on fineart paper, 2021
흘려보내는 자:영원의 돌림노래,눈물꽃,75x53cm ,pigment print on fineart paper, 2021
타자들과의 공명 이선영(미술평론가) 필름포럼에서 열린 정경미의 [흘려보내는 자: 영원의 돌림노래]는 특별한 사람의 노랫소리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전시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것은 아니고, 벼룩시장에서 어렵게 구한 카세트를 플레이하면 들을 수 있다. 어릴 적부터 가수가 꿈인 할머니가 그 꿈을 꾸면서 끼고 살았을 기기는 낡은 카세트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굳이 이런 고물로 약간의 문턱을 제시한 것은 작가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던 한 시대의 인물과 만나는 작은 의식(儀式)일 수도 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고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이 90에 [평화]라는 음반을 통해 가수로 데뷔한 길원옥 할머니다. 그 할머니가 특별한 것은 위안부로서의 고통스러운 삶과 그 이후 50 여 년 간의 긴 침묵 이후에 전쟁 반대를 외치는 여전사로, 가수로 다시 탄생한 이력 때문이다. 전시장에 비치된 카세트는 그 노래를 듣고 떠오르는 단상이나 이미지를 그리는 기회를 제공하며, 전시된 작품에도 그러한 기회를 한껏 발휘한 결과물들이 포함된다. 특히 천진한 아이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이런 판이 벌어졌을 때 편견 없는 아이들이 가장 잘 참여하기 마련이지만, 길원옥 할머니가 일본군에 끌려갔던 나이가 불과 12살이었음 또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작가가 판을 깔아주고, 누군가 공조하며 여기에 최소한의 가필을 통해 완성되는 작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전시 부제에 포함된 ‘돌림노래’라는 키워드는 끝말잇기처럼 이어지는 대화적 관계를 상징한다. 만약 독백의 방식이었다면 무겁고 심란할 수도 있는 주제다. 정경미는 기가 막힌 사연의 주인공을 소재로 하면서도 독백을 대화로 선회한다. 대화적 상상력을 중시한 것은 작가가 ‘나 중심주의’를 현대문명의 병폐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말보다는 노래를 먼저 접하게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래는 말보다 모호하지만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작업한 것에서 추린 이번 전시의 출발이 되었던 것은 몇 년 전에 참여한 그룹전이었다. 2017년 세마창고에서 열린 [다시 꽃을 보다] 전이 그것인데, 작가는 전쟁과 여성을 테마로 다룬 이 전시에 참여하면서 멀리서만 봤던 위안부에 대해 깊이 탐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과거 회귀는 아니다. 작가는 미래 또한 중시한다. 작가는 재현적 어법으로 어떤 기억이나 주장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작가는 마치 선문답처럼 화면에 꽃을 던질 뿐이다. 꽃이라는 평범하지만 보편적인 도상은 읽기와 듣기, 참여하기 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다. 위안부 문제는 한 개인의 기구한 운명을 넘어서 세상을 죄를 대신하여 짊어지고 죽음에 가까운 침묵의 세월을 거친 후 다시 탄생한 인생 여정이 종교적 서사와도 비슷하다. 죽음으로서 사는 역설적 서사는 희생양의 신화에 선명하다. 르네 지라르는 [희생양]에서 모든 문화를 초월하여 집단적 폭력의 도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작가는 꽃이라는 소재의 변주를 통해 할머니의 ‘사랑’을 표현한다. 작가가 접해본 길원옥 할머니는 이제 약 없이는 살 수 없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고 남도 사랑하는, 미운 사람 없다’는 성녀 같은 인물이다. 특히 소리는 성스러움을 체험하는 주요 통로로 주목된다. 빅토르 주어칸들은 [소리와 상징]에서 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언어는 본래 일종의 노래였는데 그 발전과정에서 말과 음의 언어로 나누어졌다고 추정한다. 굴곡진 인생만큼이나 할 말이 많은 화자는 언어의 원초적 형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리는 타자의 현존을 일깨우며 사라진 공동체를 호명한다. 정경미는 작품 소재인 꽃은 정확히 재현되지 않는다. 시각중심주의의 결과인 선적 명확성이 부족하다. 어떤 작품은 그냥 얼룩으로 나타날 뿐이다. 작품들은 꽃의 흔적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관객의 참여 또한 소리처럼 다중심적이다. 시각적 관점은 선명하지만, 소리는 여러 곳에서 들려온다. 더구나 작가가 제시하는 것이 돌림노래라면 청각적 미디어에 내재된 다중심성은 극대화된다.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은 우리가 어떤 것을 보기 위한 시점이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이, 어떤 특정한 소리를 듣기 위한 귀는 없다고 지적한다. 구술문화의 특징은 나와 공동체의 분리, 사고와 행동의 분리, 행위와 텍스트의 분리, 주체와 객체의 분리 등이 없다는 것이다. 마샬 맥루한은 지구촌 시대가 선형적인 시각적 공간에 대비되는 청각적 공간(acoustic space)이 요구된다고 본다. 그것이 진정한 다문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카페이자 전시장인 필름포럼의 한 면을 차지한 4개의 작품에서 3개가 레코드 도상이 등장하며, 그 중 하나에서 물이 폭포처럼 흘러나온다. 몸의 모든 구멍들에서 터져 나오는 그 무엇처럼 강력한 정동(情動)을 내포한다. 나머지 섹션들에도 레코드 판 이미지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서로 다른 벽에 걸린 작품군들 끼리도 돌림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3개의 벽면에 나뉘어 걸린 것은 세 가지 시리즈 13점이다. 꽃이 피를 토하며 절규하는 듯한 꽃물 시리즈, 할머니의 노래와 관련된 음반 시리즈, 그리고 놀이터처럼 펼쳐진 아이들과 함께한 작품군이다. 작품 [흘려보내는 자-생명수](2019)는 고풍스러운 매체인 LP 음반 가운데에서 터져나오는 것은 생명수다. 마치 벙어리가 처음 말문을 튼 듯한 폭발적 에너지는 소리의 주인공의 인생사와 연관이 있다. [흘려보내는 자-I hear you!](2018)는 헤이그의 관객들이 색색의 펜으로 문장을 적어넣었다, 그 중 ‘I HEAR YOU!’ 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당신을 본다보다 당신을 듣는다가 훨씬 우호적이다. 시각예술이 타자와 교감하기 위해 시각성보다는 청각성에 더 민감해야 하는 이유다. 플라스틱 레코드판의 원형 이미지가 다소간 기하학적 안정감을 준다면, 꽃은 아름다우면서도 다치기 쉬운 생명체의 상징이다. 꽃은 존재의 아름다움의 정점을 상징하며, 열매와 씨앗이라는 미래를 약속한다. 꽃이라는 은유적 도상이 등장하는 것은 고통의 재현이 또 다른 고통을 낳기 때문이다. 하지만 핏물처럼 붉은 체액을 흔적으로 남기는 꽃물 또한 직접적 재현 못지않다. 살아있는 것이 얼룩으로 변하는 것 또한 폭력이다. 정경미의 작품에는 노랑과 보라 계열이 같이 등장하는 것이 자주 보이는데, 이러한 조합에 추가되는 붉은색은 화면의 악센트같은 역할을 한다. 천진함과 신비함, 그리고 격렬함의 조합이다. 지천에 널린 꽃을 많이 활용하는 작가는 실제로 꽃을 으스러뜨려 발색한 형태 그대로이거나 물감을 가필하는 식으로 작업한다. 작품 속 꽃은 부분으로 또는 전체로, 또는 여러 종과 여러 상태로 나타나지만, 붉은 부분은 상처를 떠올린다. 규격 판화지를 활용한 정경미의 작품은 글도 있어서인지 삽화가 있는 책의 낱장처럼도 보인다. 어디서부터 봐도 상관없는 책장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지시하면서 서사가 구축되는 것은 변함없다. 또한 작가는 관객이 참여하는 종이 또한 여러 개를 연결하는 개방형 구조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작가는 관객들이 참여한 복잡한 화면에서, 각각의 참여를 소리로 간주한다. 그것은 돌림노래와 합창으로 들려온다. 작가의 독백을 대신하는 것은 대화적 상상력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끝없이 흐르는 사랑의 이야기꽃이 지천에 펼쳐지기를’ 바란다. 모든 예술작품이 소통을 지향하지만, 정경미의 경우 고통을 매개로 한 소통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위험사회의 유일한 대안이 될 공동체가 다시 의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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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미 kyungmi chung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 졸
개인전 및 설치 2021,2015 :12개,7개의 창유리그림, 스테인드 글라스(울산 감리교회, 목양 침례교회) 횃불트리니티갤러리-영원의 상속,일상을 넘어서는 일상의 회화 외11회
그룹전 2021 아트 컴패션,토포하우스 있다 잇다 잊다 (2021 신진,중견작가 전시 지원공모), 강동아트센타 아트랑 이서전-지구라도 옮길 기세, 성곡미술관 벽을 넘어선 벽그림-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 필름포럼, 월드비전 사옥 생명 그리고 생명-쉽게 버려지는 것들, 수원 미술전시관 포스트 프린트 2021 /Post Prints-2021, 김희수 아트센타 2020 동행, 토포하우스 갤러리 Why do we sing? 아트제안 아카이빙 전시, 필름포럼 갤러리 2019 보듬어주는 시선, 이랜드 스페이스 펀펀한 판화, 동덕아트갤러리 2018 E-Witness,전쟁과 여성,QUARTAIR&International Institude of Social Studies ,네덜란드 헤이그 도요다 들림 프로젝트 -한국,대만,영상 발표
작품소장: 서울시립미술관,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박수근미술관,하나은행본점,아트사이드갤러리,아트팩토리,성화전기
현:아트미션,아트제안,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채림회, 경희대 건축과 겸임교수,www.kyungmich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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