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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전시] "Meditati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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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4-07-16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 : 325 | |
작가의 글 사진을 좋아하지만 일부러 사진을 찍으러 다니지는 않는다. 그냥 아이폰을 들거나 사진기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편이다. 여행을 떠날 때도 다르지 않다. 이번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여행도 그랬다.
그러다 마주한 장면들이 마음에 닿으면 사진에 담아둔다. 담아온 사진은 아이폰 사진첩에 차곡차곡 넣어 두고, 시간이 될 때면 좋아하는 연주 음악을 들으며 사진첩을 열어 손가락으로 작은 화면을 슥슥 넘겨 본다.
종종 귀에 꽂아 놓은 음악과 함께 어떤 사진에 한참을 머문다. 구석구석 천천히 들여다볼 때면 그때 그곳에 다시 머물게 되는 경험을 하는데, 그렇게 한참을 말이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저릿함 안에 머물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 안에 있는 무엇과 인사하듯 닿아 담긴 풍경들, 들려오는 음악과 그것들 사이로 흐르는 소리 없는 대화,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을 거슬러 조용히 머무는 마음들이 내 삶을 채우고 이뤄가는 쉼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사진들을 찍을 때 머리 속에 늘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 필립 퍼키스.
그래서인지 “멋지게”보다 “잘” 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것이 풍경이든 사람이든, 빛의 실체에 닿은 아름다운 그대로를.
그렇게 담아둔 사진 안에서 쉼을 누리는 동안 다가오는 어떤 의미들 때문에, 그리고 담아둔 사진 안에서 쉼을 누리는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번 전시 제목을 “묵상”이라고 정했다.
나는 신이 이 세상과 사람을 사랑으로 창조했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연히 생겼다는 이야기보다 더 신비롭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자연을 보면서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느낄 때면 나는 신들이 처음 세상을 만들고 좋아했다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나도 그 기분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이 망쳐 놓은 이 세상을 신이 다시 회복시켜 완성시키는 날이 온다면 내가 보고 느끼는 이 크고 놀라운 신비와 아름다움이 얼마나 작고 희미한 조각이었을지도 상상해 본다.
나는 오늘도 여기 걸어둔 사진들 안에서 쉼을 누린다. 그리고 사랑으로 세상을 창조한 신을, 그 사랑으로 세상을 회복시켜 완성할 신을 묵상한다.
- 사진가 오병환 -
페리토 모레노 빙하 (Glaciar Perito Moreno)_1189x841mm
엘 칼라파테 (El Calafate)_1189x841mm
피츠 로이 능선 (Cerro Fitz Roy)_1189x841mm
페리토 모레노 빙하 (Glaciar Perito Moreno)_800x400mm
엘 칼라파테 (El Calafate)_800x400mm
피츠 로이, 엘 찰텐 (Cerro Fitz Roy El Chalten)_800x400mm 비에드마 호 (Lago Viedma)_800x400mm
엘 찰텐 (El Chalten)_800x4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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